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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What Has Passed and What Is to Come

by Colin Marshall December 6, 2023

On the Origin of Species and Other Stories

  • Kaya Press
  • 2021

Kim Bo-Young

Kim Bo-Young is one of South Korea’s most active science fiction writers. She launched her literary career by winning the inaugural Korean Science & Technology Creative Writing Award in 2004 and has gone on to win the annual South Korean SF Novel Award three times. Before turning to writing, Kim worked as a game developer, screenwriter, and graphic designer as part of the now-defunct Garam & Baram Corp. English translations of Kim’s short story “An Evolutionary Myth” and novella How Alike Are We have appeared in Clarkesworld magazine and of the short story “Whale Snows Down” in Future Science Fiction Digest. Her books in English translation include I’m Waiting for You (HarperVoyager, 2021) and On the Origin of Species and Other Stories (Kaya Press, 2021). The latter has been longlisted for the 2021 National Book Awards. She served as a consultant to Parasite director Bong Joon-ho’s sci-fi film, Snowpiercer.

지나간 것과 다가올 것




김보영은 영어권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한국 SF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의도적으로는 SF를 집필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영문 단편집『종의 기원과 그 외의 이야기들(On the Origin of Species and Other Stories)』에 수록된 특이하고 짧은 서문에서 내가 쓴 이야기들은 SF로 만들려는 의식적인 노력 없이 탄생한 것이 많고 그저 내 안에서 풀려나왔을 뿐이며 독자들이 SF로 분류한 사실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스스로 달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가슴이 몸에 달려 있었던 것처럼 과학도 단지 특히 눈에 띌 뿐, 자신이 쓴 소설에서 유기적으로 발생한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단편집의 어떤 이야기들은 처음에는 과학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 적어도 전통적인 SF에 드러나는 첨단 기술 형태의 과학과는 무관하다. 일례로, 2세기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진화 신화」의 긴 이야기는 원인 불명의 문제로 인해 사람들이 괴수처럼 변해 간다는 내용으로 마치 환상의 영역에서 전개되는 듯하다. 이 문제는 화자에게도 닥친다. 지위를 잃은 왕자인 화자는 기괴한 진화 논리에 따라 괴수처럼 변해간다. 이 단편집은 작품마다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는 듯하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김보영이 진화의 기본 원리에 매료되어 있고 이를 솜씨 있게 활용해 우리 세계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는 처음에는 우리 세계와 더 많이 닮아 보이는 세계에서 전개된다. 화자는 자신이 기면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과 그 증상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를 설명한다.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쉽게 피로를 느끼는 것도 사실이고, 쉽게 신경이 날카로워지거나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의식을 잃기만 하면 아무 문제없이 지낼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생활주기를 맞추는 것이 다소 힘들 뿐이다. 그런데 곧 드러나는 바와 같이 주변 사람들은 잠을 전혀 자지 않으며 화자가 습관적으로 상자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 걸고 그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최소한 대여섯 시간은 깨어나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화자의 행성을 둘러싼 별은 밀도가 매우 높아서 하늘이 일 년 내내 밝다. 상자가 필요한 이유는 어둠을 그 어디에서도, 심지어 지구의 밤에 해당하는 시간에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독자가 그런 행성의 생활주기를 상상하려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화자의 행성 주민들에게는 지구의 생활주기를 상상하기 어렵다. 긴 시간 동안 기절하는 병 때문에 동족으로부터 소외된 화자는 자연스럽게 그 낯설고 먼 세계에 유대감을 느끼며 나는 그 별의 생물들 대부분이 기면증을 갖고 있으리라 믿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은 어쩌면 우리들의 선조 역시 그런 세상에서 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갖고 있는 기면증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라는 심도 있는 추측으로 이어진다.



김보영은「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에서 우리의 사회에서 계산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오랜 시간을 통해 유래했을 법한 미래의 사회를 창조해 내는데 이는 다른 이야기들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늑대」는 세상에 종말이 온 듯한 사건을 겪고 폐허가 된 현대의 서울에서 전개된다. 무너져 가는 기반 시설 가운데에는 진화 과정에서 돌연변이로 생긴 인간 비슷한 늑대의 부족이 살고 있고 그 위를 지배 계급인 거대한 용들이 내려다보고 있다. 더욱 현실적인 것은「0 1 사이」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치열하게 추구되는 학업, 돈 벌기, 거리 시위 등과 관련되지만 시간 여행이라는 차원이 추가되었다.



0 1 사이」의 시간 여행자는 불만에 찬 학생에게 어른들은 다른 시대에서 왔다고 말한다. 어른들은 가치관, 가르치는 방법 등 모든 것이 낡고 고루했으며 아이들을 무시하고 인생의 선배인 척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과거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이는 오늘날 한국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특히 나라의 교육 및 경제 체제와 정치인에게 분노하는 학생들이 제기하는 불평과 닮았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이 세대차를 SF적인 요소로 설명한다. 학교 선생님들도 모두 문자 그대로 과거에서 왔으며 70년대에서 온 분들도 있고 일제강점기나 조선시대에서 온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김보영의 작품에는 보통 한국의 사회와 문화, 역사 등이 녹아 있지만 『종의 기원』의 표제작(길이로 보나 집필 의도로 보나 중편소설에 가까운)은 인류 자체의 존재를 다루고자 한국의 구체적인 상황을 넘어 미래의 어둡고 답답한 지구를 상정한다. 이 가상의 지구에는 오염된 대기의 검은 구름에 가린 덕분에 생존(이 표현이 맞는다면)하는 로봇들만 살고 있다. 무사 평온한 나날이 흐르던 어느 날, 반항적인 로봇 과학자들이 생명체를 만들 방법을 알아낸다. 다름 아닌 오래전에 영구히 멸종되었다고 여겨졌던 유기 생명체다. 로봇이 인간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졌기에 인간이 로봇의 형상으로 재창조되기에 이른다. 대부분의 SF에서는 인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묻지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를 묻지 않는다. 그러나 개념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광활한 김보영의 상상 속에서는 그 두 가지 질문이 사실상 같은 질문이 된다.



 



콜린 마셜(Colin Marshall)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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